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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알레고리는 오발이 잦은 구식무기이다

by 고요의 남쪽 2010. 5. 26.

세한도 ․ 15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독 오른

뱀 대가리 스스로 꼿꼿하다


알레고리는 세계 이해의 저급한 단계이다. 『시와반시』의 출발은 작고 소박한 희망에서부터 비롯된다. 서울이 아닌 이 지역에도 제대로 된 시 전문 잡지 하나쯤 있어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작고 소박한 그러나 분명한 우리들의 희망 속에는 적지 않은 갈증과 허기의 시간들이 퇴적되어 있다. 알레고리는 오발이 잦은 구식무기이다. 자신이 발 디딘 땅이 삶의 중심이며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이 역사의 한 가운데임을 확신하는 자존과 오만이 참된 시인의 요건일 때 갈증과 허기는 고독한 그들만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알레고리는 저급한 시인들의 애첩이거나 한물간 시인들의 노리개이다. 척박한 땅에 씨 뿌리는 이 순간의 오기와 고독이 풍화되는 그날을 기다리겠다. 히말라야 산중에 28년 동안 왼팔을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한 요기의 손가락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