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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세월은 저만치 피어 있는 현호색 같고

by 고요의 남쪽 2010. 5. 25.

세한도 ․ 14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너풀너풀


아랫마을 잔칫집에 갔다가 신발 바꿔 신고 저물게 돌아오는 옆집 아저씨 두루마기 자락처럼 너풀너풀은 너부러진 세월 같고 시간의 숨소리 같고 세월은 막걸리 같고 오래 취하는 동동주 같고 푹 퍼진 아줌마 엉덩이 같고 시간은 코냑이나 위스키 같고 토라진 열아홉 뜯어고친 입술 같고 세월은 시간의 숙주 같고 파 먹히는 어미 같고 시간은 세월의 서자 같고 집 나간 아이 같고 세월은 저만치 피어 있는 현호색 같고 시간은 당신이 심어놓은 매발톱 같고 김소월은 세월 같고 김해경은 시간 같고, 오늘은 하루 종일 어제의 시간 같고, 오늘은 너풀너풀 내일의 세월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