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중생심衆生心 5
중생심 때문에 사람들은 생존한다. 그것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생심이 보살심으로 전변할 기회가 없기에 사람들은 타락한다. 타락한 생존과 살아남음이 이 땅에 가득하다.
▣세한도는 제주 유배 시절 그린 완당의 그림이다. 세한은 공자의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날이 추워진 이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에서 따온 말이다. 완당은 1840~1848년까지, 안동 김씨 세도정권의 무고로 윤상도(尹尙度)의 옥사와 연루되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제주에 위리안치 된다. 완당의 제자이며 청국을 출입하는 상인이자 역관이었던 우선(藕船) 이상적(1803~1865)은 온갖 위태로움을 무릅 쓰고, 중국에서 새로운 자료를 구입하여 스승에게 보낸다. 1843~4년에 이를 전해 받은 완당은 이상적의 한결같은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세한의 화상을 그리고, 별지에 가슴 저미는 발문을 쓴다. 발문은 이렇다.
去年以晩學大雲二書寄來 /今年又以藕耕文編寄來 / 此皆非世之常有 /購之千萬里之遠 / 積有年而得之 / 非一時之事也 / 且世之滔滔 / 惟權利之是趨 / 爲之費心費力如此 / 而不以歸之權利 / 乃歸之海外蕉萃枯稿之人 / 如世之趨權利者 (지난 해 만학, 대운 두 책을, 올해 또한 우경문편이라는 책을 부쳐왔는데, 이런 일들은 세상에 흔히 있는 경우가 아니라네.천만리 머나먼 곳까지 가서 구한 것이고, 여러 해 기다리며 얻은 것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일세. 더구나 세상의 풍조는오직 권세와 이익만을 좇을 따름인데, 책을 보내기 위하여 이와 같이 마음과 힘을 쏟았음에도 권력과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밖의 초췌하게 말라빠진 유배자에게 주었으니, 마치 세상의 권세와 이익이 있는 자를 따르는 것 같았네.)
그러니까 세한도는 중생심의 횡행에 대한 한 유배자의 개탄이자 보살심의 소중함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이다. 이 땅에 득실거리는 타락한 생존 앞에서 이상적은 외롭다. 그 외로움의 꼿꼿한 영혼이 세한의 松栢이다. 세속에 빌붙어 살아남은 쥐새끼들의 좁은 어깨,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10.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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