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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텃밭

by 고요의 남쪽 2018. 9. 19.

텃밭

룸비니동산

 

고향에서 대접받기가 가장 어렵다. 고향 사람들은 현재를 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한다. 그들은 금의환향한 한 인간의 현재를 보지 않고 그가 코 흘리고 넘어지던 일들, 유치하여 실수하던 일들, 이런 것들에 집착하며 그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지 못한다.

예수도, 석가모니 부처님도 고향에서 대접받기보다 타지역에서 존중 받았다.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도들은 중동의 이스라엘이 아닌 구미 등의 다른 지역에 많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들도 인도나 네팔이 아닌 동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20세기에 들어 기독교는 한국 땅에서 크게 부흥하고, 최근 들어 불교는 구미 여러 나라에서 대접 받고 있다. 우리의 눈은 늘 믿을 수 없어, 가까운 곳을 더 왜곡하기가 일쑤이다. 가까운 곳을 제대로 보기만 해도, 금강석 같은 보물은 처처에 가득하리라.(정효구)

 

시골집 마당 곁에 텃밭이 있다. 텃밭이라기보다 서너 평 남짓한 마당의 일부이다. 빈 집으로 오래이어서 텃밭은 늘 잡초더미이다. 오랜만에 들른 시골집에서 하는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잡초를 뽑고 함부로 자란 나뭇가지를 치는 일이다. 내가 하는 나뭇가지 치기는 여가선용에 가깝지만 아내의 잡초 뽑기는 진지하고 열렬해서 노동에 가깝다. 어느 여름 아내는 텃밭 잡초 속에서 비취색 반지를 주웠다. 누가 버린 건지, 잃어버린 건지, 언제부터 텃밭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제 주인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신기해했다. 손가락에 꼭 맞는다며 기뻐했다.

텃밭은 재 너머 있지 않고 가까이 있는 밭이다. 내 시골집 텃밭은 동쪽 끝 넓은 벌이 아니라 서너 평 남짓한 마당의 일부이다. 제대로 보기는 노동의 대가代價이고, 처처의 보물은 사랑의 결과이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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