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해인사海印寺
산에 의지해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다에 기대어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산과 바다가 말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산과 바다! 그들 속에 깃든 절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의지해 먹고 살고 있다. 법보사찰로 널리 알려진 해인사 앞에도 법보다 먼저 밥을 파는 사람들이 야단법석이다.
어지러운 야단법석의 장을 입사식하듯 뚫고 올라가면 허덕교虛德橋를 넘어서며 겨우 밥도 따라 올 수 없는 법상法相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밥을 먹지 않고는 법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실 밥이 법이긴 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밥의 아우성 소리는 너무나도 크기만 하다.(정효구)
▣‘사실 밥이 법이긴 하다’는 문장을 보면 말을 만든 인간들의 지혜가 불가사의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밥’이라는 낱말과 ‘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육신의 먹이인 밥과 정신의 먹거리인 법, 아우성과 고요함, 순간과 영원, 죽음과 삶, 야단법석과 허허청정... 모음 하나로 세계를 갈라놓다니! 신의 한 수 같기만 하다. (강현국)
'녹색연구원cha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의 귀 (0) | 2018.05.26 |
---|---|
절망의 이삭 (0) | 2018.05.24 |
문 없는 도량 (0) | 2018.05.22 |
진초록이 들려주는 삶의 아포리즘 (0) | 2018.05.21 |
지팡이 (0) | 2018.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