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도량
개심사開心寺
시인 서정주는 아침마다 세계의 산 이름을 1,500여 개 외우는 것으로 노년의 일과를 시작하였다. 오래된 산과 시인의 목소리가 지닌 주술성을 생각하면 참 잘한 일이다. 나는 노년이 되면 세계의 절 이름을 외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싶다. 절 하나만을 터득해도 우주법계는 금방 내 집이 되는데, 수천 가지 절 이름을 외우다 보면 늙어서 졸아드는 존재가 그리 궁색하지만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정효구)
▣오늘은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개심사는 마음이 열린 절이니 절이 보이고 부처님이 보이겠다. 개심사는 문이 없는 도량이니 5만원짜리 연등 대신 맑은 하늘이 보이고, 1만원짜리 시주용 기왓장 대신 정갈하게 비로 쓴 마당이 보이겠다. 오늘은 사월 초파일, 천리 밖이라도 개심사가 있다면 개심사를 찾아가 개심하고 오고 싶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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