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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새싹이 잠깨는 소리

by 고요의 남쪽 2018. 5. 15.

새싹이 잠깨는 소리

풍경風磬

 

너무나도 고적한 산사엔 풍경소리 하나쯤 울려야 한다. 끝 모를 심해深海 같은 심산深山의 적막을 무엇이 깨뜨릴 수 있겠는가. 풍경소리는 심산의 적막을 깨우는 한 송이 양기陽氣의 꽃이다. 지나친 음기陰氣는 죽음이다. 순음純陰이 되기 전에 양한 기운 하난 솟아나서 순양純陽 쪽으로 새싹처럼 살짝 고개를 돌려야 한다.(정효구)

 

바람을 타고, 적막한 산사에 고요가 찾아왔다. 적막의 단잠을 해칠까봐 뒷굽 들고, 자음子音을 버린 채 ㅣ∼ㅣ∼ 모음母音만으로 찾아왔다. 구름을 타고, 고요한 산사에 적막이 놀러 왔다. 고요가 심심할까봐 허공에 실금을 내며, 모음을 남겨둔 채 ㄸ∼ ㄸ ∼ 자음만으로 찾아왔다. 하늘이 보낸 이 풍경을 흔들었다. 새싹이 잠깨는 소리 멀리 멀리 들렸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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