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잠깨는 소리
풍경風磬
너무나도 고적한 산사엔 풍경소리 하나쯤 울려야 한다. 끝 모를 심해深海 같은 심산深山의 적막을 무엇이 깨뜨릴 수 있겠는가. 풍경소리는 심산의 적막을 깨우는 한 송이 양기陽氣의 꽃이다. 지나친 음기陰氣는 죽음이다. 순음純陰이 되기 전에 양陽한 기운 하난 솟아나서 순양純陽 쪽으로 새싹처럼 살짝 고개를 돌려야 한다.(정효구)
▣바람을 타고, 적막한 산사에 고요가 찾아왔다. 적막의 단잠을 해칠까봐 뒷굽 들고, 자음子音을 버린 채 ㅣ∼ㅣ∼ 모음母音만으로 찾아왔다. 구름을 타고, 고요한 산사에 적막이 놀러 왔다. 고요가 심심할까봐 허공에 실금을 내며, 모음을 남겨둔 채 ㄸ∼ ㄸ ∼ 자음만으로 찾아왔다. 하늘이 보낸 ㅇ이 풍경을 흔들었다. 새싹이 잠깨는 소리 멀리 멀리 들렸다. (강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