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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맷돌의 손잡이

by 고요의 남쪽 2018. 5. 13.

맷돌의 손잡이

목어木魚

 

수중 중생들의 성불을 기원하며 젊은 스님이 목어를 두드린다. 성불한 물고기를 먹으면 나도 성불할 수 있을까. 성불한 내가 물고기를 먹으면 물고기도 성불이 이루어질까. 성불은 이미 이루어져 있고, 견불見佛만 하면 된다는데, 물고기나 나나 두 눈만 껌벅거린다. 최승호 시인의 말처럼 어안魚眼이 벙벙하고, 나는 어이語耳가 없어서 환청에 시달린다.(정효구)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순 우리말이다.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는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 쓰이는 말이고,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밖에 놀랍거나 기막힌 일을 당하여 어리둥절할 때 쓰이는 말이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에서 유래했고, 어안은 입속에 있는 혀의 안쪽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어처구니와 어안은 그 뜻도 유래도 시냇물 송사리 떼처럼 쓰임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성불한 내가 송사리를 구워 먹으면 구워 먹힌 송사리도 성불이 이루어질까. 어이없고 어안이 벙벙하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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