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색연구원chaii

철새들이 벗어놓은 신발

by 고요의 남쪽 2018. 4. 19.

철새들이 벗어놓은 신발

야단법석野檀法席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할 당시, 청중의 숫자가 무려 300만 명이었다고 한다. 300만 명이라면 대구광역시 인구와 같다. 그 시절 석가족의 인구가 100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이다.

그런데 야단법석은 어디에나 마련될 수 있다. 우주 삼라만상이 다 그 나름의 대체할 수 없는 법을 설하고 있는 독자적인 강백이니 말이다. 까치가 법을 설하는데 녹색 들녘의 온 식구들이 경청한다. 감나무가 설법을 하는데 온 마을 식구들이 법석의 바깥에서까지 귀를 기울이며 받아 적는다. 바위가 설법을 하는데 온 사막의 식구들이 합장을 하며 모여든다. 고래가 법을 설하는데 온 사막의 식구들이 심해에서까지 구름처럼 몰려든다.

세상이 온통 법석 너머까지 이어지는 야단법석의 장이다. 인간들도 저 모르게 우주의 진리를 내뿜고 있는 강백일 터이니 분명 누군가가 그 야단법석의 장에 모여 있을 것이다.(정효구)

 

아주 오래 전 나는 구름과 철새들의 흔적과 까치와 겨울나무 가지들과 폭설의 설법을 남으로 넓게 낸 창을 통해 이렇게 받아 적었었다. <세한도. 11>이 그것이다. 법석 너머 앉아 있던 내 추운 겨울 뒷모습이 지금도 잘 보인다.  "구름은/철새들이 벗어놓은 신발,,,//남으로 창을 넓게 내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겨울나무 가지들이 쭉-- 하늘 높이 뒷굽을 드는 동안 까치들이 깍,, , 운다. 어쩔까 하다가 철새들이 벗어놓은 신발 곁에 쉼표 세 개를 찍었다. 갓 구운 빵처럼 모락모락 김이 난다. 까치들이 한 짓이다. 남으로 창을 멀리 내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올 것이었다. 어쩌다가 옛집을 헐고 새집을 지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어차피 폭설이었다.“(강현국)

 


'녹색연구원cha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스락거리지 않는 구만리장천  (0) 2018.04.21
깽깽이  (0) 2018.04.20
공책에 공이 쓴 시  (0) 2018.04.18
The wind blows where it wills  (0) 2018.04.17
제 똥의 힘으로 솟구치는 미사일  (0)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