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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소풍

by 고요의 남쪽 2018. 4. 15.

소풍

3280종호種好

 

잘 자란 감나무가 3280종호를 드러낸다. 분별없이 마음의 무릎을 꿇고 그와 한 몸이 된다. 초가을의 포도알이 3280종호를 보여준다. 말없이 그대로 一心이 된다. 진실한 작가의 문장이 3280종호를 드러내며 빛난다. 그 빛 앙에서 이의 없이 감염되는 기쁨을 맛본다.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3280종호를 증명한다. 부른 바 없는데도 사람들도, 새들도 그곳 아래로 모여들어 제집처럼 기대고 쉬며 논다. (정효구)

 

소매 끝으로 나비를 날리며 걸어갔지

바위 살림에 귀화(歸化)를 청해보다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아래위 옷깃마다 묻은 초록은 무거워 쉬엄쉬엄 왔지

푸른 바위에 허기져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장석남, <소풍> 전문

 

소매 끝에 날리는 나비는 부처님의 숨결이고, 푸른 바위는 부처님의 밥그릇이고, 바위 살림에 귀화를 청하다 돌아오는 허기 진 시인의 발걸음은 서방정토에 이르는 팔만대장경이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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