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굽은 곡선/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지평선은 아름답다. 지평선을 뜯고 있는 소아 말들의 지순한 풍경은 낙원의 한때이다. 「그 굽은 곡선」을 바라보는 그대의 시간은 지금 몇시인가. 한낮인가, 아니면 스사한 황혼인가. 컴퓨터를 두드려 증권시장을 쏘다닐 때, 그 가파른 한낮은 생명의 모습이 아니다. 반목과 질시, 혹은 욕망의 헛배들로 숨가쁠 때, 그 험준함의 끝간데 평화의 노다지는 있지 않다. 「왜 그렇게 못견디게/좋을까」, 잔디밭을 달리는 아이들의 굴렁쇠, 이삭 줍는 농부의 굽은 허리, 가지 끝에 매달린 휘영청 보름달, 바람과 햇살의 친구인 붉은 수수밭의 그 굽은 곡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