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 있는 응접실

그 굽은 곡선

by 고요의 남쪽 2009. 7. 17.

그 굽은 곡선/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지평선은 아름답다. 지평선을 뜯고 있는 소아 말들의 지순한 풍경은 낙원의 한때이다. 「그 굽은 곡선」을 바라보는 그대의 시간은 지금 몇시인가. 한낮인가, 아니면 스사한 황혼인가. 컴퓨터를 두드려 증권시장을 쏘다닐 때, 그 가파른 한낮은 생명의 모습이 아니다. 반목과 질시, 혹은 욕망의  헛배들로 숨가쁠 때, 그 험준함의 끝간데 평화의 노다지는 있지 않다. 「왜 그렇게 못견디게/좋을까」, 잔디밭을 달리는 아이들의 굴렁쇠, 이삭 줍는 농부의 굽은 허리, 가지 끝에 매달린 휘영청 보름달, 바람과 햇살의 친구인 붉은 수수밭의 그 굽은 곡선!

'시가 있는 응접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뭇잎의 말  (0) 2009.07.20
공원 벤치  (0) 2009.07.18
산 아래  (0) 2009.07.15
지리산  (0) 2009.07.09
넓은 나뭇잎  (0) 20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