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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달 따러 가기

by 고요의 남쪽 2012. 7. 5.

 

201274일 오늘은 음력 오월 보름입니다. 삼국유사 읽기 팀과 녹색연에서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는 몇몇이 늦은 오후에 경주에 왔습니다. 경주 남산 두어 곳 거쳐 흥덕왕릉 솔숲으로 달 따러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천년의 미소가 모난 세태를 다독여 우리는 은은한 마음의 원초를 찾았습니다.

 

 

벼들의 세상은 질펀한 초록이었습니다. 누군가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들녘만 보면 찾아오는 증상이라 했습니다. 머리 위 따뱅이에 아슬아슬 새참을 이고오던 어머니의 땀냄새, 논두렁에 두고 온 가난과 풍요의 기억이 배고픔의 이유일 것입니다.

 

 

 숲은 깊고 어두웠습니다. 시간의 간섭 때문입니다. 마애불을 만나러 갑니다. 바위 속 부처님을 찾아 돌을 쪼던 먼 엣날 경건한 손길을 만나러 갑니다. 부처님을 만나 극락정토를 살던 신라인의 행복이 그리운 날입니다.

 

 

 

 

 

 

 

 

 

 우리는 천년을 거슬러 신라에 닿았습니다. 경주 남산은 불국토의 다른 이름입니다. 탑곡 마애불상군은 불국토 속에 들여놓은 우주라고 누가 귀띔해 주었습니다. 땅과 사람과 하늘이, 몸과 혼과 영이 통섭의 자유자재함을 살던 날의 눈과 귀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일렁였습니다. 날개옷을 입은 신선 같았습니다. 남산의 새들은 가장 고운 목소리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마애불에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였습니다,

 

 

서출지에는 연잎들이 또 한 세상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날짐승의 힘을 비러 왕권을 지키던 날의 정치는 차라리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현실의 피 터지는 세력 다툼이었겠지만 요즈음 여의도만이야 했겠습니까?

골목길을 돌아 호젓한 식당에서 할매 칼국수로 시장끼를 달랬습니다. 동동주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영제 시조창이 한껏 분위기를 돋구었습니다.

 

 

카메라가 서툴러 흥덕왕릉은 암흑입니다. 장대들고 망태 메고 보름달 따러 온 우리의 꿈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비가 올 듯, 흐린 하늘에 흐린 보름달을 그냥 두고 왔습니다. 동심초를 부르고 모란동백을 부르고,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불렀습니다. 이하석, 강현국, 박정남, 정숙, 김영근, 이자규, 황명자, 변학수, 이혜숙, 나영택, 김용환, 조대희 차미경의 마음 속에 지지않는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늦은 밤길 무사했습니다. 천년의 미소 덕분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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