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말/구석본
바다를 보고 온 사람은 바다를 이야기한다.
산을 보고 온 사람은 산을 이야기한다.
바다와 산은 사람들의 말 속에서 얽히고 섥혀
바다는 바다를 잃고, 산은 산을 잃어간다.
난해한 사람의 말,
끊임없이 계속되는 그 말에서
보이지 않는 산과 바다들이 하나의 껍질을 쓰고
사람들 곁에서 돌아눕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한 성철 스님의 법문을 나는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법문 속의 산과 물은 적어도 껍질을 쓰고 있지 않은 알몸의 그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바다가 이별과 소멸의 공간이라 말할 때, 산이 신성과 도전의 세계라 말할 때 그 산, 그 바다는 그대가 만든 산, 그대가 만든 바다일 뿐이다. 사물의 제 모습은 스스로 그렇게 존재할 때이다. 말이란 자주 욕망의 손아귀여서 바다를 다치고 산을 해친다. 진정 그대가 현자(賢者)라면 바다를 이야기하지 않고 바다를 산다. 저 산의 뻐꾸기가 그와 같다. (강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