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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by 고요의 남쪽 2009. 6. 13.

북/장옥관


북은 왜 둥글어야 하는 걸까

텅텅 제 속을 왜 비워야만 하는 것일까


각지고 모난 삶 북 속에 감추고

피울음 노래를 쫓아가는 다 늙은 사내


살가죽을 벗겨 팽팽한 공기 속

둥둥둥  둥싯 한 뼘씩 달이 뜬다


모나고 각진 곳을 두드려

둥글게 펴나가는 북소리


무거운 업 내려놓지 못한 네발짐승들

어둔 물가에 나와 제 얼굴 비춰본다


*북소리 듣고 싶다. 그것이 비록 그대 살가죽을 벗겨 만든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비록 다 늙은 사내에 이르도록 두드려야 들리는 피울음의 노래라 하더라도, 그대 무거운 업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텅텅 비워진 것으로 제 속이 가득한, 가득해서 둥근, 각지고 모난 삶 둥글게 펴나가는 그 북소리 듣고 싶다. 물가에 비춰본 그대 얼굴에 둥둥둥, 둥싯 보름달 떠오를 수 있다면...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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