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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버스를 타고

by 고요의 남쪽 2009. 6. 11.

버스를 타고/송종규


33번 버스를 타고 너에게 가고 싶어

기차나 붐, 붐, 헬리콥터를 타고 너에게 가고 싶어

그러나 사실은, 이 비를 맞으며

너에게 가고 싶어

흠뻑 젖은 내가 너에게 가서

캄캄하게 막혀있는 벽이거나 모든 곳으로 통하는

門인, 너에게로 가서

나도 벽이 되거나 어디로든 열릴 수 있는

門이 되고 싶거든


버스나 붐, 붐, 붐, 붐, 헬리콥터를 타고!


때때로 너는 빗줄기이고 때때로

너는 우산이니까


창가, 베고니아 한잎


*그대는 지금 베고니아 한 잎처럼 창가에 혼자 앉아 있다. 커피는 식은 지 오래, 창문 앞 감나무 잎이 온통 빗소리에 젖고 있다. 외로운 날 빗소리는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 같은 것이어서 잠자는 그리움을 흔들어 깨운다. 그리움은 부메랑처럼 버스나 헬리콥터를 타고 내 사랑이 잠든 깊은 계곡 양지 녘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그대는 다시 흠뻑 젖은 베고니아 한 잎으로 창가에 앉아있다. 붐, 붐, 붐, 붐은 맨발에 장착된 그리움의 엔진소리이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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