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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길1

by 고요의 남쪽 2009. 6. 8.

길 1/이성복


그대 내 앞에 가고

나는 그대 뒤에 서고


그대와 나의 길은

통곡이었네


통곡이 너무 크면 입을 막고

그래도 너무 크면 귀를 막고


눈물이 우리 길을 지워버렸네

눈물이 우리 길을 삼켜버렸네


못 다 간 우리 길은

멎어버린 통곡이었네


*무책임하게도 시인은 통곡의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 길이 뭐 길래 대뜸 그대와 나의 길은 통곡이라는 것이다. 오직 통곡만이 통곡을 지울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그러면 이 시의 메시지인가. 멎어버린 통곡이 통곡의 해소란 말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황간과 영동 사이 검은 시간의 골짜기를 찾아가 보라. 내 첫사랑이 묻힌 거기, 한 세대가 넘도록 멎었던 통곡이 찔레꽃 그늘에서 강둑을 허문다. 못 다 간 우리 길이 통곡의 이유임을 이제 알겠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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