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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거품과 함께

by 고요의 남쪽 2009. 6. 6.

거품과 함께/류시원


거품과 함께 컵 가득히 차 오르는 맥주


거품도 맥주인 것처럼

컵 바깥쪽에 땀처럼 맺히는 이 물방울들도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네


거품 위에 얹히는 이 입술이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면

입술 끝에서 부글거리는 이 거품도

내 입술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네


*거품이란 허상과 순간, 그러므로 덧없음의 등가(等價)이다. 맥주가 거품과 함께일 때 맥주인 것처럼, 세상살이 또한 마찬가지다. 이승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네 삶이 도대체 허상과 순간과 덧없음의 총체 외에 달리 무엇이겠는가. 살아있음의 눈물겨움이란 덧없음의 자장으로부터 흘러오는 것; 늦은 밤 그대 혼자 술잔 기울일 때 빈 잔 가득 쓸쓸한 옛사랑의 그림자, 그 또한 부글거리는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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