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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1. 3. 6.

164 노심怒心 혹은 분심忿心

노심은 喜心과 한몸이다. 私心의 일시적 채움인가, 그것의 결여인가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런 채움은 결여를 품고, 그 결여는 채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크게 기쁜 자는 크게 노할 가능성을 늘 갖고 있다. 화난 얼굴들이 처처에 가득하다. 지하철 안에도, 버스 속에도, 동사무소 안에도, 가정집에도 화난 얼굴의 사람들이 울근불근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을 공격하며 입을 다문 사람도 있고, 타인을 공격하며 입을 함부로 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머무는 방안은 기운이 어지럽고 난폭하다. 네가 이겨서 내가 졌다고,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고, 매순간 계산하며 싸우는 難境이 거기에 있다.

▣반세기 전 내 어릴적 서당골에는 한 장로님이 살고 계셨다. 지금은 관광 리조터가 되어버린 서당골은 당시 이북에서 피난 온 선비들이 화전 일구며  경전에 기대어 가난하게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닷새마다 서는 장날이면 그 장로님은 신작로에 서서 함박웃음을 웃고 있었다. 마치 내 웃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는 듯이 오가는 장날의 행인들에게 온몸 가득한 웃음을 선사하곤 했었다. 내가 요즘 자주 찾는 골프장에는 먼지바람 부는 신작로의 우마차 대신 고급 승용차가 가지런히 주차장을 메우고 그 장로님의 해맑은 웃음 대신 표정없는 회장님들이 네가 왜 여기 우리 사는 세상에 왔느냐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풍경이 일반화 되어 있다. 결여 없는 채움이 바람 부는 신작로의 웃음을 낳고, 채움 없는 결여가 반지르르골프장의 적개심을 낳는다. (2011.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