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향상일로向上一路
'사는 게 뻔하잖아요,' 이것은 엊그제 <<법화경>>의 일부를 강의하던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이 무심코 던진 말씀이다. 정말 그것은 無心코 던진 말씀이다. 그러나 그것을 듣는 나의 마음은 무심하지 않았다. 아이 낳고 밥 먹고 사는 일은 매일 방영되는 일일 드라마처럼 뻔하지만, 그 뻔한 삶이 우리를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사는 게 뻔하다 못해 빤하다는 것을 명료하게 알게 되는 순간, 그리하여 그런 삶 너머를 觀하여 보고 전율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이전의 길을 넘어 자발적 향상일로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 수 있다. 古愚스님의 말씀처럼 '무한경쟁'이 아닌 '무한향상'의 길을 선택하면 삶은 자족감 속에서 무한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욕망의 끝지점에서 권태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세속적 성공과 달리, 무한향상의 무한정한 길은 무한한 기쁨의 세계로 우리를 끝도 없이 인도한다. 우리 동네 초입의 교회 이름도 향상교회다. 발음하기가 쉽지니는 않지만 그 뜻만은 언제 새겨보아도 마음이 이끌린다.
▣악연이야! 탐욕 투성이, 돌대가리와의 만남은 악연이야!!와 같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일은 언제나 지겹고 시간 아깝다. 떨쳐버리자, 뭉개고 던져 내다버리자 장대로 두드리고 장대 끝 갈구리로 가지 끝을 흔든다. 호두를 털고 풀숲을 뒤져 떨어진 호두를 줍는다. 땀범벅이 되고 벌레에 물리고 노동에 지친 몸은 마치 세탁을 기다리는 빨래 같다. 가을 바람이 지친 나를 맞아주지 않았아면 슬펐겠다. 적어도 '너는 그와 같지 않아, 무시해, 상식 밖 넝마에 마음 쓸 이유가 도대체 뭐야' 바람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많이 쓸쓸했겠다. 구병산 구월 바람 너무 삽상하다고, 문자에 담아 누군가에게 보내려다 그만둔다. 맥주 한 캔으로 갈증을 달래고 갈 바람 속에 오래 몸을 맡긴다. 잠자리가 허공을 날고 더러는 허공을 들이받고 더러는 장대 끝에 앉아 장대 끝 초가을 석양에 가벼움을 보탠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일은 결국, 사는 게 뻔하다 못해 빤한 삶의 수렁에 깊이를 더하는 일; 잠자리 날개가 가벼운 것은 향상일로 너머 환한 세계를 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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