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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스님 불 들어가요

by 고요의 남쪽 2010. 7. 31.


김영근 시인에게

세한도 ㆍ 65


의자가 있다

의자가 저 혼자 앉아 있다

침묵이 데리고 온 의자

물소리가 쉬어가는 의자

쉬어가는 의자가 앉아 있는 의자

구름이 만든 의자

구름의 經이 못질한 의자


스님 불 들어가요


의자가 있다

의자가 꼿꼿하게 앉아 있다

달빛보다 깨끗한 의자

깨끗해서 내 손이 닿지 않는 의자

내 손이 닿지 않아 등이 가려운 의자

등이 가려워도 잘 참는 의자

서산 저 쪽으로 기우뚱하지 않는 의자


스님 불 들어가요


의자가 있다

태초에 의자가 앉아 있다

앉아 있다보다 훨씬 반듯하게 앉아 있다

젖은 신발이 앉아 있다

젖은 하나님의 발에 불 들어와서

환한 맨발이 있다

앉아 있는 의자가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