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시인에게
세한도 ㆍ 65
의자가 있다
의자가 저 혼자 앉아 있다
침묵이 데리고 온 의자
물소리가 쉬어가는 의자
쉬어가는 의자가 앉아 있는 의자
구름이 만든 의자
구름의 經이 못질한 의자
스님 불 들어가요
의자가 있다
의자가 꼿꼿하게 앉아 있다
달빛보다 깨끗한 의자
깨끗해서 내 손이 닿지 않는 의자
내 손이 닿지 않아 등이 가려운 의자
등이 가려워도 잘 참는 의자
서산 저 쪽으로 기우뚱하지 않는 의자
스님 불 들어가요
의자가 있다
태초에 의자가 앉아 있다
앉아 있다보다 훨씬 반듯하게 앉아 있다
젖은 신발이 앉아 있다
젖은 하나님의 발에 불 들어와서
환한 맨발이 있다
앉아 있는 의자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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