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무연중생無緣衆生
보려고 해야만 보이고, 들으려고 해야만 들린다. 마음을 내지 않으면 세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진리가 도처에 있다 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으면 진리는 어디에도 없다. 진리가 소낙비처럼 쏟아진다고 하지만 들으려 하지 않으면 주파수는 늘 다른 곳에 맞추어져 있다. 진리와 인연이 없는 사람만큼 안타까운 경우가 또 있을까. 그대나 나나 진리를 벗어난 곳에 무수히 화살을 쏘고 있다. 늘 빗나간다. 언제쯤 진리의 과녁을 쏘는 명수가 될 수 있을까. 무연중생의 그 아득한 절망감을 언제쯤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뻐꾸기 운다. 1, 2, 3이 숲으로 사라진다. 유월산 뻐꾸기 운다. 1, 2, 3, 4가 숲으로 사라진다. 유월산 정수리에서 뻐꾸기 운다. 1, 2, 3, 4, 5가 숲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1, 2, 3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한 1, 2, 3, 4가 숲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1, 2, 3, 4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한 1, 2, 3, 4, 5가 숲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1, 2, 3, 4, 5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한 내가 숲으로 사라진다. 뻐꾸기 운다. 유월산 뻐꾸기 운다. 사라진 나는 어디로 갔을까. 유월산 정수리에서 뻐꾸기 운다. 흰구름만 흘러간다 뻐꾸기 운다.(201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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