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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6. 2.

70. 경계境界 2

수많은 경계들을 만들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생의 에너지가 크게 소모된다. 사람들은 이런 에너지의 소모를 두고 스트레스 받았다고, 사는 일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날, 順경계든 逆경계든 차별 없이 다가오는 날, 우리들은 1000칼로리의 열량으로 2000칼로리의 일을 할 수 있다. 1000칼로리는 내가 식사한 남의 몸의 값이다. 나머지 1000칼로리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주율을 따른 천지의 보상이다.

▣지리산에 닿는 데는 두 시간이 더 걸렸다. 뒷자리에서는 낯익은 문학 이야기가 낯익지 않은 듯  끊임없이 흘러갔다. 문예스쿨 이야기며, 문학기행 이야기며, 문학상금 이야기며, 뒤숭숭한 수상자의 후일담이며, 시인들의 처세 험담에서 느닷없이 머리 깎은  문단잡사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잡지의 낡은 표지 같은 화제들이 쉬지 않고 흘러갔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나도 한때 저처럼 부질없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열정의 큰 도막을 믇은 적이 있었던가. 꽃밭을 지나, 시골 면장 아버지의 고적한 흰수염을 지나, 노송 아래 답청의 한 때를 지나  경호강의 무심을 투망하기까지  아까워라, 내가 소모한 생의 에너지는 도대체 얼마였을까. (201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