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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누가 제 몸을 사루어 번제를 드리는지

by 고요의 남쪽 2010. 5. 19.


세한도 9



수면제가 삼켜버린 바다, 한 움큼

수면제를 삼켜버린 바다


누가 제 몸을 사루어 번제를 드리는지


바다는 없고

통곡소리 문득 멈춤 저녁노을 뿐,


시론 강의라고 썼다가 세모가 네모에게 라고 고쳐 쓴다. 나는 오늘 보름달이 가리키는 우회하는 지름길을 따라가야 하니까. 저물기 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둥근 상징의 식빵을 구워내야 하니까. 나, 곁에 우리, 라고 쓰려다 말고 철길, 뒤에 여인숙, 이라고 쓰려다 말고 모루 위에 산마루를 올려놓는다. 나는 오늘 어차피 모서리를 두드려 수평선 문장을 다듬어야 하니까. 딱딱한 여백을 다독여 푸른 바다 흰 갈매기 불러내야 하니까. 하얀 돛단배를 타고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