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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캄캄하게 꽃이 진다 엽서를 쓰려다 말았습니다

by 고요의 남쪽 2010. 5. 13.

세한도 ․ 5



아무도 없는 산마루는

아무도 없어 기막힌 산마루였습니다


캄캄하게 꽃이 진다 엽서를 쓰려다 말았습니다


봉평에서 대화까지 소금을 뿌린 듯

시냇물 끄트머리가 환한 달빛에 따끔거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없는 것의 무게로 숨 막히는 아파트로 선생은 총총 사라지셨다. 우리 시대의 큰 시인 大餘 김춘수 선생, 그는 내일 아침 일곱 시면 십 문 반 크기의 갈색 랜드로버를 신고 저 문을 나와 산보 길에 나설 것이었다. 이승의 둑길에서 저승의 천사를 만나고 돌아올 것이었다. "우두커니, 하루 종일, 혼자......이건 고문이야" 하시던 말씀이 목에 걸렸다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