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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빵을 가진 남자

by 고요의 남쪽 2009. 11. 2.


빵을 가진 남자/신현림


먼 빛 속에서

출렁거리는 아침바다로 오십니다

창공을 흔들고 제 가슴을 치며

야생화보다 풋풋하게 오시는


당신은

해저 같이 캄캄한 제 영혼이

끝없이 다다를 역입니다


인간이 결국

무덤이라는 둥근 빵을 얻기 위해 살 듯

빵을 가진 마음처럼 둥그래져야겠지요


빵 속의 해와 강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끌어안은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무덤까지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빵을 가진 남자는 신라명과 주인이 아니다. 그는 그대가 원하는 가장 멋진 사람이고, 그대가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다. 그가 가진 빵은 밀밭을 데우던 그 여름 햇볕과 밀밭 길을 흐르던 강물 소리가 만든 것이므로, 그가 가진 빵은 곰삭은 세월의 향기이므로, 빵을 가진 남자는 자애의 손길로 그대 외로움을 씻은 듯 닦아주고 연민의 눈빛으로 그대 배고픔을 거짓처럼 채워준다. 빵을 가진 남자는 아마도 紫色의 옷을 입고 있으리라. 풋풋하게 출렁거리는 아침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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