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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오, 새여

by 고요의 남쪽 2009. 10. 5.

오, 새여/이덕규


  강변 모래톱에 어지럽게 흩어진 새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물가에서 방금 날아간 듯한 선명하고도


  깊은 마지막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하여 달려간 生의 도움닫기 끝에 찍힌


  지상의 그 웅숭깊은 마지막 족적 속에서 광대무변의,


  그 먼나라에서 흘리는 당신 눈물이 말갛게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흩어진 새 발자국이라는 사실, 생의 도움닫기라는 사실에 대한 아름다운 해석, 말갛게 차오르는 눈물이라는 족적으로부터 유발된 상상 등의 세 국면으로 짜여진「오, 새여」는 제목의 어감처럼 유장하다. 삶과 죽음, 그 광대무변한 비감(悲感)의 살과 피로 짜여진 문장을 들여다 보라. “마지막”이란 말이 두 군데 새 발자국처럼 찍혀있다. 황혼이 그러하듯, 황혼 녘 사랑이 그와 같듯 마지막은 가열하다. 마지막의 가열함이 지상의 삶을 웅숭깊게 하고 먼 나라에서 흘리는 당신 눈물을 웅숭깊은 족적 속에 말갛게 차 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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