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가 죽었다
현각玄覺
중광重光의 ‘중’자도, 현각玄覺의 ‘현’자도 산술적인 접근을 거부한다. 기호와 계산의 접근금지 구역이 좀더 많아야 한다. 욕심 같아선 이런 구역이 경부고속도로처럼 한반도의 간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중생들은 오늘도 마음의 치부책에 깨알 같은 숫자로 손익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익 앞에서 흥분하고, 손해 앞에서 분노한다. 기준이라곤 이기심밖에 없는 중생들의 비루한 삶은 흥분과 분노로 들썩이느라, 한밤의 보름달이, 내일의 새벽해가 무심하게 떠오르는 것도 보지 못한다.
▣감나무가 죽었다. 죽은 감나무 가지가 부러져 이웃집 스레트 지붕에 구멍을 내었다. 죽은 감나무를 톱으로 베었다. 차갑게 식힌 햇살 반짝이던 감나무, 풀밭에서의 식사, 앞 접시로 푸른 잎을 건네주던 감나무, 새벽 두 시의 달과 함께 서산을 넘던 감나무가 죽었다. 어느 날 문득 죽음을 발견했다. 어느 날 문득은 임종을 지켜주지 못한 나의 변명이고, 감나무는 빈 집에서 혼자 오래 오래, 시름시름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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