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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아프리카 4

by 고요의 남쪽 2012. 7. 19.

아프리카 4

 

 

  죽어서 어머니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 또다시 어머니를 기도원에서 죽게 해 평생을 후회하며 지내고 싶지 않다 죽으면 어머니가 없는 곳으로 가야겠다 혼자 태어나는 곳으로 가야겠다

  하느님 없는 곳 하느님 아들이 없는 곳 아프리카에 가야겠다

 

  아프리카에 마구간을 지어야겠다

 

  마구간 짓는 일에 동참하는 거다 마구간에 건초 까는 일에 동참하는 거다 밀농사 밭농사 쌀농사에 동참하는 거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자본주의 공산주의 내전들,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다면 총에 맞아 죽는 거다

 

  아프리카에서 혼자 태어나야겠다 다시 마구간 짓는 일을 해야겠다 건초 까는 일을 해야겠다 공산주의 자본주의 내전들, 또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다면 또 총에 맞아 죽어야겠다

 

-박찬일 시집,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 뿔,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