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잇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빈 손바닥의 평화; 자연의 순리를 다라 흐르는 상실의 여울물 소리 들리는,,,
우표 한장 붙여서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 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 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서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빗속을 지나간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마음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 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 때까지
헐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 사람의
눈면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내 마음 속에서 찌륵찌륵 나를 찌르는 것은 죽은 너이자, 살아남은 나이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마음도 늙어 허리가 굽을 때, 사랑만이 회한을 달랠 수 있으리. 꽃 피고 꽃 질때 떠난 너에게, 살아남은 자의 마음을 부치는 바로 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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