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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메밀꽃 밭 언저리가 어제 아침까지 따끔거린다

by 고요의 남쪽 2010. 7. 27.

세한을 노래한 지 어언 십년

          세한도 ? 62


쓸쓸하다고 쓰자

쓸쓸하다는 문장으로부터

솜털이 송송한 애벌레 한 마리 기어 나온다

찬바람 잎사귀 갉아 먹는다


흔적도 없다

뱃길 끊긴지 어언 십년


외롭다고 쓰자

외롭다는 문장으로부터

종아리가 통통한 아기 오리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흐르는 실개천 뜯어 먹는다


흔적도 없다

세한을 노래한 지 어언 십년


고독하다고 쓰려다 말자

고독하다고 쓰려다 만 문장으로부터

머리칼 다 빠진 ...... 내일 저녁 창문 열고 마실 나온다

만 리 밖 인기척 빨아 먹는다


어둠이 어둠끼리 등을 긁는 듯

메밀꽃 밭 언저리가 어제 아침까지 따끔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