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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4. 21.

41. 법신法身

법신은 법의 몸이다. 세속사회에도 법이 있지만 우주계에도 법이 있다. 법이 몸을 지닐 때 그것은 具體가 된다. 만해가 그의 명작 <알수 없어요>에서 반복하여 간절한 어조로 질문을 한 것은 구체적 법신의 현현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가령 이 시의 첫 구절에서 "바람도 없는 하늘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라고 시인이 물었을 때, 그 누구는 바로 법신이다. 우주 전역에, 극미의 세계에서 극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온통 법신들이 가득하다.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할 뿐, 세상은 처처가 법신이다. 그런 법신을 보고 있는 우리도 법신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법신은 무색, 무취, 무향, 무형이리라. 법신은 이목구비가 없고, 몸이 없고 몸무게는 당연히 없고, 그러므로 법신의 거처는 시간과 공간 저 너머 고요의 한 가운데 이리라. 그러므로 법신의 현현인 오동잎은 '바람도 없는 하늘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것이리라. 법신들의 세계엔, 파출소도 없고 검찰청도 없고 법원도 없고, 병원이나 학교나 은행은 더더욱 없으리라. 오직 고요의 經이 못질한 의자 하나, 바람이 불어도 기우뚱하지 않는 의자 하나; 법신들의 세간살이 전부이리라. (2010.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