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집으로 돌아오던 그런 가파른 언덕길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꽁꽁 얼어서 감기에 걸려 눕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내 머리맡에 앉아 내 이마를 짚어주실 것입니다. 싸-한 겨울바람을 온몸에 묻히시고 돌아온 어머니, 어머니의 치가운 손, 39도의 신열로 내 이마는 장독처럼 뜨겁습니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나의 마음과 어린 것이 앓고 있는 모습이 딱해서 어쩔줄 모르시는 어머니의 손이 맞닿습니다. 부딪칩니다. 아! 어머니. 이 세상에서 그 이상의 위안도 평온도 사랑도 없습니다. 평생을 두고 이렇게 절실하게 찾고 기다렸던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이제야 어머니의 손과 내 이마 사이에 깔려있던 그 얇은 막이 걷히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눈으로 볼 수도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 실체가 아닌 영원한 형용사 아니면 부사인 그 앵프라맹스. 그것이 찢겨 나가는 감동이 내 가슴을 적셨습니다. 60년의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앵프라맹스 없이 어머니의 손이 내 이마를 짚어주시는 것을 느꼈지요.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서 내가 내 딸에게로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서 어머니의 손이 내 이마에 빈틈없이 와 닿는 느낌을 영원한 그 촉감을 얻게 된 것이지요."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열림원, 2010. 16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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