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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의 만남

[스크랩] 하얀 새벽송

by 고요의 남쪽 2009. 12. 5.

 

 


 

저는 7살 즈음에 교회란 곳을 알게 되었어요
몸이 자주 아픈 엄마 덕분에 교회를 따라 다녔었어요
그때는 교회갈때 헌금 대신에 쌀을 한되씩 가지고 갔었던거 같아요
집에서 2k 떨어진 곳에 교회가 있어서
새벽송을 돌려면 새벽 1시정도에 출발을 해서
우리동네 바로 윗동네 까지 오면 새벽4시 정도는 되었던거 같아요
제가 7살 때 였지요
그때는 우리 시골에는 아직 전기가 없어서
백화수복인가 대병 술병있잖아요? 거기다가 석유를 사와서
호롱불에 불을 켰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교회에서 축하 행사가 있고
새벽 1시면 하얀 한복을 입은 집사님 들이(지금은 다 권사님,장로님들)
새벽송을 다닙니다
고요한밤 거룩한밤, 저들밖에 한밤중에,기쁘다 구주 오셨네....등등

그날도 엄마는 새벽송 오시는 집사님들에게 드릴 사탕을 준비해 놓고
등잔 밑에서 잠을 잤었지요
난 무슨 일인가 하여 엄마 눈치만 보다가 잠도 안자고
깜깜한 방에서 숨소리를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드디어 소근 거리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어요
뽀드득 발자국 소리도...
고요한밤~~~~거룩한밤~~~어둠에 뭍힌밤~~~
엄마는 얼른 일어나 호롱불을 밝히시려는데
그런 문화를 처음 당하셔서인지 당황하셔서 성냥불을 잘 못켜시는 거예요
그때 엄마 결국은 노래가 다끝날때 쯤에서야 불을 켜고
(엄마도 한복 같은 옷을 입고 마중 나가셨던거 같아요,마치 동방박사들을 맞이 하듯이요)
호롱불이 켜진 사각 등을 들고 오신 그분들 앞에
정중히 절하며 사탕을 드리니 큰 자루를 짊어진 분이
"메리 크리스마스,기쁘다 구주오셨네" 하고 외치시고
사탕을 자루에 담고는 다시 옆집 할머니네로 가시는 거예요

그분들이 내 집을 찾아온 천사들 같았어요
그래서 나도 한 5미터 뒤에서 눈이 듬뿍 쌓인 골목길을
뽀드득 뽀드득 따라 갔었어요
양말도 안신고 너무 신기해서....
주변은 온통 눈이였어요,그래서인지 새벽 3시가 대낮같이 환~했지요
과수원에도 논에도 장독위에도...눈이 많이 쌓였었지요

그때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집에도 찾아가서 노래를 불렀어요
"예수쟁이들 새벽에 왔던데 그집에도 왔던교?"
이런 말은 할 정도로 싫어 하지만
그래도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난 추워도 계속 따라가고 싶었는데
거기 계시던 분들이 "야야 춥다 들어가거라"하시길래
나같은 어린아이는 따라다니면 큰일나는 줄 알고 아쉽게도 집에 왔었지요

내가 가슴이 두근거리며 하얗게 성탄을 맞이할때 쯤
그분들은 마지막 집에서 땅콩이랑 밤이랑 고구마에 떡국을 끊여서
먹으며 성탄 아침을 맞았었다네요
교회에서 우리 동네로 걸어오는 구간에는
1 킬로키터 정도는 논과밭 뿐이였어요
공동묘지도 지나야 하구요
그때 처럼 눈쌓인 고요한 길을 다시 걸어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성탄행사가 많았지만 그때 감동만한 추억은 없었어요
지금도 그때는 기억에 생생하고
7살 꼬마가 뽀드득 뽀드득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어요
고요한밤~거룩한밤~

누가 좀 델다 조요

 

 

 

출처 : 편 지
글쓴이 : 이경은 원글보기
메모 :  

크리스마스를 위하여/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나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너무 많이 지나쳤습니다. 탐욕에 찌든 나날들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망가졌습니다.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한 잘못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세상은 온통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는 오늘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외롭고 너무 많이 쓸쓸합니다. 너무 많이 그립고 너무 많이 배고픕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첫아이를 보았을 때 기도하던 아빠와 성당의 종소리가 살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살게 하소서. 눈 나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세월의 눈길 위에 찍힌 흙 묻은 발자국, 그 못난 생김새를 아주 찬찬히 돌아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