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명상/이진엽
새들은 서쪽으로 날아가고
회색의 능선 위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빛에 휩쌓인 저녁구름
어떤 놀라운 신비가 성냥을 그으며
내 가슴을 불태웠다
이 큰 우주 속에
지금 나는 어떻게 있는가
황혼이 짙어갈수록
끝없이 헝클어지는 만상의 몸짓 앞에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쉬어라, 이젠
저 먼 산마루 위로 별이 또 뜨리니
마침내 아이들도
숲길의 작은 집에서 곤히 잠들 것이다
*황혼은 능선 너머 새들 날아가는 서쪽에 있고, 명상은 끝없이 헝클어지는 만상의 몸짓 앞에 있다. 황혼이 명상을 유발하기도 하고 명상이 황혼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 큰 우주 속에/지금 나는 어떻게 있는가’? 실존의 존재 방식에 대한 자기 물음은 황혼에 의한 것이고, ‘쉬어라, 이젠’하는 황혼 빛 목소리와 마침내 아이들을 곤하게 잠재우는 황혼의 솜이불은 조용히 무릎 꿇는 당신의 해맑음, 저 먼 산마루 위에서 반짝이는 명상의 별빛이 불러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