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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바람 소리 추운 날

by 고요의 남쪽 2009. 8. 24.

바람소리 추운 날/이문길


바람소리 추운 날

낮잠 자고 나와보니

강변 파아란 무우밭에

햇빛 한 자락 남아있구나

해진 뒤에 누가 온다고

어두워지는 산을 바라보고 서 있으랴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내린 낙엽 어지러이 하늘에 뜨고

숲 속에 새소리 요란한 날

이상한 세상

바람소리 추운 날


*인간의 생체 리듬은 우주의 호흡과 닿아 있어서 바깥이 추우면 마음도 춥다. 바람소리 추운 날은 겨울의 입구이다. 그대 외로움은 강변 무밭처럼 파랗고, 내 서러운 마음은 저무는 산과 함께 어두워진다. 혼자임을 느낄 때, 해진 뒤에 누가 온다고......! 바람소리 추울 때 문득 세상이 낯설어진다. 아내의 뒷모습도, 닳고닳은 출근길도 어느 날 문득 딴 세상처럼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낙엽 어지러이 하늘에 뜰 때 그대가 외투 깃을 세우는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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